그 만찬회에 솜니핀을 데리고 간 것에 도르네도로서는 정말로 악의도 없었고, 무슨 의도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모처럼의 만찬회이니 파트너랑 함께 참가하면 좋겠다는 의뢰인의 요청이 있었고, 마침 솜니핀은 그 자리에 어울리는 예의범절을 갖추고 있었다. 그저 그뿐이었다.
"......혼자 있게 해줘."
"알았다."
함선으로 돌아온 직후, 솜니핀은 지친 발걸음으로 제 방으로 향했다. 문이 닫히고 곧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짐승의 울음소리였다. 마치 사냥감인 어미가 눈 앞에서 제 새끼를 잃어버렸을 때와 닮은 울음소리다.
도르네도는 목을 조인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도르네도는 정말로 어떠한 악의도, 의도도 없이 그녀와 함께한 것이었다. 굳이 의도가 있었다고 한다면, 그녀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한번 더 보고 싶었다는 것. 그뿐이었다.
도르네도는 제 방으로 향했다. 통신장치를 키고 익숙한 회선을 연결했다. 몇번의 신호음이 울리고 곧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보상이었다.
"뭐야? 댁이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이 있다니, 해가 하늘에서 떨어지려나 보군. 뭔가 잘못되었어?"
"잘못된건 없다. 아니, 있는건가......."
우당탕- 무언가 화려하게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곧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만일을 위해서 묻겠다만, 이쪽의 책임도 있는 문제야?"
"그건 아니다."
"하아...그럼 다행이네. 해서 무슨일인데?"
"정보를 하나 사고 싶군. 이번에 네가 소개시켜준 의뢰인에 대해서다."
"응? 아, 그 부호 의뢰인 말이야? 갑자기 왜?"
"그 부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전부 줬으면 좋겠군, 사소한것 하나하나까지 말이야."
통신기 너머에서 당황한 기색이 느껴진다. 이제까지 도르네도는 딱히 의뢰인의 신상을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중요한 것은, 의뢰인이 주는 의뢰가 흥미로운가, 그렇지 않은가. 그 정도였다.
"뭐 때문인지 물어도 괜찮나?"
"조만간, 아니 곧 활용할 일이 생길것 같거든."
"......개인적인 원한인가?"
"비슷하다."
"으아......"
나무아미타불아멘- 이상한 기도 문구를 읊은 정보상 쪽에서 곧 타자 소리가 들려온다.
"일단 가지고 있는 건 다 취합해서 보내도록 하지. 정보비는 언제나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해."
"그래, 확인하는 대로 추가로 요청할 수도 있다."
"진짜냐......알겠어. 끊지."
"그래."
통신이 끊겼다. 도르네도는 자리에서 일어나 목을 조던 셔츠 앞단추 몇개를 푸르고는 헬멧을 벗었다. 이제 흐느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도르네도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걸음을 옮겨 솜니핀의 방문을 두드렸다.
"솜니핀."
대답이 없다. 하지만 자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는다.
"들어가겠다."
방문을 열자, 그곳에는 엉망이 된 솜니핀이 침대 매트리스에 얼굴을 파묻고 바닥에 앉아있었다. 목에 건 목걸이는 뜯겨나가 바닥을 뒹굴고 있고, 몸을 감싼 드레스는 엉망진창으로 구겨져 있다.
"......알고 있었어?"
잔뜩 쉰 작은 목소리가 그리 묻는다.
"아니, 몰랐다."
몰랐다, 몰랐다라. 솜니는 고개를 훽 들어 도르네도를 귀신과 같은 형상으로 째려보았다. 빛을 등지고 선 그를 바라본다. 붉은 눈동자가 저를 바라본다. 도르네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저, 진실을 살짝 감출뿐이지. 계속해서 그를 바라보자, 그가 입을 열었다.
"......네가 그리 좋아하지 않을 정도의 인물상이라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것뿐이야?"
"정말로 그게 다다."
솜니는 몸을 돌리고는 제 옆 바닥을 두드렸다. 그 사인에 맞춰, 도르네도가 솜니의 곁에 앉았다. 솜니는 몸을 돌리고 제 옆에 앉은 도르네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예상외의 행동이었던건지, 그의 몸이 살짝 굳었다. 솜니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친하지는 않았던 동족이었어."
멀찍이서 자신을 동경의 눈으로 바라보던 아이중 하나였다. 부러운듯이, 자신의 푸른 날개를 바라보며 동경의 눈을 보내던 갓 성인이 된 아이. 하지만 말을 걸기에 솜니의 주변이 붐벼서 그저 먼 곳에서만 바라보던 아이. 그래서 알았다. 원치않은 형태의 동경이었지만, 그 동경은 제 주변의 광신보다 맑고 깨끗했다.
"하지만, 그런식으로 박제 될 아이도 아니었어."
혼란스러운 상황속이었지만, 어렴풋이 기억난다. 저녀석은 산채로 잡아! 그대로 박제하고 싶다는 고객 요청이다! 날개만 뜯어가는 걸로도 모자라, 진짜 산채로 잡아 박제했을 줄이야. 아름다운 연보라빛 나비 무늬가 아직도 눈 앞에 어른거린다. 속이 울렁거린다. 이름은 모른다. 다만 멀찍이서 눈이 마주쳤을때, 그 거대한 날개를 채 숨기지 못하고 나무 뒤에서 얼굴만 가리면 될거라 생각했던 아이였다. 그게 귀여워서 웃겼던 아이였는데.
"......도르네도."
솜니가 고개를 들어 나지막히 그를 부른다. 그도 솜니를 바라보았다.
"뭐지?"
"그 부호 일가를 박살내는 데 드는 의뢰비, 보통 얼마나 들어?"
"......적어도 지금의 네 재산 수준으로는 안된다."
"하하, 그렇겠지....."
모아두었던 재산따위, 자신이 운영하던 병원의 간호사와 세를 내주던 약사의 입막음 비용으로 전부 써버리고 말았다. 지금의 자신은 그저 이 납치범을 반겨주는 반려동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눈물이 차올랐다. 솜니는 고개를 푹 숙였다. 저를 찢어죽이고 싶었다.
"솜니핀."
"......."
"솜니핀 파파베르."
"......."
"......솜니."
그에게 단한번도 불려본적도 없고, 허락하지도 않은 애칭이 나왔다. 솜니는 엉망인 얼굴로 그를 노려보았다. 도르네도는 조심스럽게 제 눈가의 눈물을 닦아준 뒤, 제게 손을 내밀었다. 투박하고 거친 맨손바닥이었다.
"내가 여기로 너를 데리고 올때 말했지. 네가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데려다 줄 것이고, 원하는게 있다면 구해다 주겠다고."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번 일도 똑같다."
눈가를 매만지던 도르네도의 손이 떨어짐과 동시에 벼락과 같은 충격이 머리에 내려 꽂혔다. 솜니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붉은 눈동자가 담담하게 말을 자아낸다.
"원하는 것을 말해라, 솜니."
심장이 미친듯이 요동쳤다. 솜니는 흔들리는 눈으로 내밀어진 손과 도르네도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해줄거라고? 그 부호 일가를 박살내는 걸? 대가 없이? 숨을 쉬기가 조금 어려웠다. 하지만, 할 수 있다면 그의 손을 빌려, 그 찢어 버려도 시원치 않을 것들을 죽일 수 있다면, 그렇다면.
솜니의 손이 가늘게 떨리면서 도르네도의 손을 향했다.
"진짜로, 해 줄 수 있어?"
"나를 뭘로 생각하는 거냐."
"그 일가 외에 더 많을거야."
"안다. 한놈만 하지 않았을 테지."
"다, 다 찢어 죽여줄 수 있어? 그놈들 다?"
"네가 원한다면."
솜니의 손이 도르네도의 손 위에 얹어졌다. 계약이 성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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