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들으면 좋을 제목의 노래


의미없는 TV의 방송이 재생되는 함선 안, 이 생활에도 익숙해 진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처음에는 돌아가고 싶다고 빌어도 보고, 약물로 그를 기절시켜 탈출 시도도 해봤지만 결국 그는 집요하게 자신을 찾아내어 능숙하게 들쳐업메고 함선으로 돌아오기를 몇 번, 결국 솜니는 포기했다. 뭘해도 이 사람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

"다음 뉴스입니다. o월 oo일에 드러난 일명 '살인병원'의 건물 조사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병원의 주인이자 건물의 주인이었던 P모씨는 현재 행방이 모호한 상태로......"

솜니는 심드렁한 눈으로 TV 채널을 다른 채널로 돌렸다. 뉴스 타기 전에 대관을 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점장도 곤란하게 만들어버렸겠지.

탈출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그 다음, 솜니는 세를 주었던 약국의 약사와 고용했던 간호사에게 비상시를 대비해 모아두었던 돈을 지급했다. 믿었던 대로, 그들은 자신의 실종 신고를 하지 않았다. 그 돈이면 신분세탁을 하기에도 용이하고, 이미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었겠지. 처음부터 그런 사람들로 고른 거니까.

솜니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가 올 시간이었다.

"어서와."

"다녀왔다."

저런 체격으로 발소리 조차 안나는게 항상 신기했다. 언젠가 그 의문을 문득 입에 담았을 때, 그는 특수하게 제작된 부츠라서 그렇다고 답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눈 앞에 비닐 봉지가 하나 내밀어진다. 맛있는 냄새거 났다.

"이거 뭐야?"

"바오쯔, 라고 하는 먹거리라더군. 중개인으로부터 추천받아서 사왔다."

"그래? 씻고와. 같이 먹자."

"그러지."

도르네도는 소파 테이블 위에 봉지를 올려둔 뒤 소리 없이 욕실로 향했다. 얼마 안있어 물소리가 들렸다. 시선을 TV로 돌려 재미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채널을 돌렸다. 이번에는 음악 라이브 방송이었다. 들려오는 노래가 마음에 들어, 솜니는 작게 흥얼거리며 도르네도를 기다렸다. 얼마쯤 흥얼 거렸을까, 문득 노래를 송출하던 화면이 뚝 끊긴다. 고개를 드니 한손으로는 리모컨을, 다른 한손으로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자신을 내려다보는 반라의 도르네도가 보였다.

뭔가, 심기가 불편해보였다.

"왜 그래?"

"무슨 노래인지 알고 흥얼거린건가?"

"아니? 무슨 노래였는데?"

왜 갑자기 그런 것을 묻는 지 모르겠다. 붉은 눈이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다 이윽고 한숨과 함께 떨어졌다. 도르네도는 털썩 제 곁에 앉았다. 상체의 근육과 피부를 따라 물방울이 흘렀다. 또 대충 닦고 나왔다.

"제대로 닦고 나오라니까."

"......<지친 태양이 바다에게 다정히 작별 인사를 건넸네.>"

"응?"

"<그 순간 당신은 고백했지. 사랑은 없다고.>"

"저기,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거야?"

"아까 그 노래의 가사다."

도르네도의 붉은 눈이 이쪽을 향한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그의 성대를 타고 흘러나온다.

"<조금 슬픈 기분이 들었고, 괴로움도 우울함도 없이 그 순간 너의 목소리가 들렸지.>"

"......."

"<네가 말하길, 우리 헤어지자.>"

"......하아."

솜니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설마 저부분 가사를 듣고 심기가 불편해진건가? 그녀는 머리가 아파왔다.

"안해."

"......."

"안한다고, 안해! 어차피 돌아갈데도 없어! 뉴스 난거 봤잖아!"

"......그래, 그랬지."

시선이 떨어진다. 뭐가 마음에 든 것인지 쿡쿡 거리는 것이 조금 짜증난다. 맨 등을 찰싹 소리가 나게 때렸지만 그에게는 솜방망이였다. 솜니는 샐쭉한 표정으로 그를 흘겨보다 그가 사온 음식의 포장지를 깠다. 포장 상자 안에는 도르네도의 손바닥에 들어갈만한 크고 하얀 빵이 모락모락 김을 내뿜고 있었다. 심지어 4개나 있었다. 인원수대로라면 인당 2개가 맞지만, 소식가인 솜니로서는 반개가 한계다. 도르네도의 손이 빵 하나를 집더니 그대로 반으로 주욱 찢었다. 하얀 밀가루 빵 안에 각종 야채와 고기를 다진 것이 보였다. 반으로 갈라진 빵 하나가 건네진다. 솜니는 한숨을 쉬고는 빵을 받아들고, 도르네도 손에 있던 리모컨을 뺏어들었다. 아까의 노래는 끝난 모양이고 다른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채널을 돌렸다. 차라리 이 자식이 사고친 뉴스라도 보면서 먹는게 낫겠다.

별일 없는 함선의 일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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