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 중이던 함선 몇개가 연쇄 폭발로 날아갔다.
평온하던 차원 정거장이 아수라장이 된 건 순식간이었다. 긴급한 대피 방송과 함께 정거장의 직원들의 안내에 맞춰 사람들이 대피를 위해 뛰었다. 오래간만에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서 정거장에서 티켓을 끊던 에클레르 역시 대피열에 합류하려고 했다. 무심코, 그가 눈에만 안 들어왔다면 말이다.
아수라장이 된 정거장 속에서 유난히도 긴장감이 없는 인물이 하나가 시야에 포착되었다. 후드를 쓰고 긴 코트를 입은 인물이었다. 기억한다. 언젠가 에이멜이 사진으로 보여준 위험인물이었다. 보아하니, 저 자가 그 폭발의 주범인듯 했다. 어쩌지? 망설이는 사이, 눈이 마주쳤다. 섬뜩한 3쌍의 붉은 눈동자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에클레르는 그와 눈이 마주치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뒤로 돌아, 혼란스러운 대피 인파를 따랐다. 그리고 적당히 시야가 가려질법한 곳에서 대피열을 빠져나와 코너를 돌았다. 빈 환전소가 눈에 보였다. 직원들이 도망치면서 그대로 열어놓은 문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잠근다. 그러고는 책상 아래로 기어가 컴퓨터 본체에 남는 액세스 포트를 찾았다. 목 뒤에서 케이블 하나를 길게 꺼낸 후 포트에 꽂은 후, 방금 본 시각정보 데이터를 치안유지부대의 긴급 연락망으로 신고했다.
탕-
멀리서 총성이 울려퍼진다. 그 총성을 기점으로 총격전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에클레르는 서둘러 정거장의 인트라넷을 해킹했다. 원래는 하면 안 되지만, 비상상황이었다. CCTV를 확인하니 아까 그 로비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잠깐 사이, 보안경비대원도 유난히도 긴장감 없던 그를 의심했던 모양이다. 그 자는, 괴한은 능숙한 솜씨로 한손으로는 개조된 권총을, 다른 한손으로는 나이프로 둘러싼 보안경비대원들을 베어 가고 있었다. 쓰러진 건 순식간이었다. 쓰러진 경비대원들의 팔다리에 총구가 향한다. 착실하게 팔다리를 쏘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그는 무기를 수납하고 옷매무새를 정돈하고는 제가 보고 있는 CCTV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에클레르는 서둘러 CCTV 연결을 끊었다. 연산 회로가 그의 위험성을 미친 듯이 경고하고 있었다. 인트라넷을 빠르게 뒤진다. 아마 문을 열고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에클레르는 시야를 자신의 몸체 시야로 전환했다. 오른쪽 위의 사람 하나가 들어갈만한 환풍구가 보였다. 인트라넷에 있는 정거장의 평면도에 따르면 보안경비대 전용실 근처의 화장실로 이어진다. 정보를 확인한 에클레르는 케이블을 뽑고 몸을 낮춰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환전소의 전면부 창문을 달려있는 커튼으로 차단했다. 그 후 의자를 환풍구 아래에 가져다 댄 후 힘을 주어 환풍구 입구를 뜯어냈다.
총성 소리와 유리창이 깨진것은 거의 동시였다. 제 옆의 두꺼운 철판으로 이루어진 캐비닛이 움푹 파인 것을 보고, 에클레르는 서둘러 환풍구 입구로 몸을 욱여넣었다. 아까의 정보를 따라 환풍구 안을 기었다. 기억저장소에 저장된 평면도를 따라가니 곧 목적지의 환풍구가 보였다. 에클레르는 자세를 뒤바꾸어 발로 환풍구 입구를 차 열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뛰어내렸다. 칸막이 문을 열고 나가니, 소변기가 늘어선 것이 보였다. 비상 상황이어서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치녀로 신고당했을 것이다. 에클레르는 발소리를 죽이고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을 나섰다. 아마 뛰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거리차는 있을 것이다. 굳게 잠긴 보안경비대 전용실의 문이 보인다. 저 안에 무기가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문을 잠근 잠금장치는 최신식이었다. 에클레르는 재빠르게 무선으로 해킹한 후,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안으로 더 들어가니 입구와 비슷한 장치로 잠겨진 문이 보였다. 저 곳이다. 아까보다 보안등급은 높았지만 무리 없이 해킹해 연 후, 들어갔다. 아마 아까의 총성으로 긴급하게 무장하고 출동하고 나간 모양인지 살짝 어수선했다. 에클레르는 남은 돌격 소총 한정을 집어 들어 확인했다. 문제없이 잘 작동되었다. 알맞은 방탄복도 마침 하나 남아있기에 서둘러 위에 걸친 후, 파우치에 소총과 호환되는 탄창들과 예비용 나이프를 채웠다.
보안경비대 전용실에서 나온 에클레르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른편에 계단이 보였다. 빠르게 계단을 올라 총성이 울려퍼지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동시에 통신 회선에서 연락이 수신되었다. 에이멜이었다.
[여보세요, 에이멜?]
[에클레르! 무사하십니까!]
[응, 아직은 괜찮아. 치안유지부대는 지금 어디쯤이야?]
[7분 후면 차원 정거장에 도착합니다! 대피소에서 절대 나가지 마십시요!]
에클레르는 쓴웃음을 짓고는 명랑하게 대답했다.
[아~ 에이멜, 진짜 미안해! 실은 지금 대피소 밖이야!]
[예?!]
[이렇게 된거 한번 시간 끌어볼게, 끊어!]
[잠시만요, 에클-]
총성이 점점 더 크고 격해지고 있었다. 달려가던 에클레르는 천천히 다리를 멈춰 기둥을 엄폐물 삼아 슬쩍 고개를 내밀어 아래층을 바라보았다. 보안경비대원들이 맥없이 쓸려나가고 팔다리를 제압당하고 있었다. 에클레르는 침착하게 잠금장치를 풀고 트리거에 손을 올렸다. 총알 한 발이 정확하게 그의 손목을 스쳤다. 에클레르는 소총을 견착 한 채 기둥에서 나와 일부러 자신을 노출했다. 헬멧 안쪽의 붉은 눈이 이쪽을 바라본다. 앞으로 6분 30초. 시간을 끌어야 했다.
"그렇게까지 불구로 만들 필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볼일은 끝난 거 아니야?"
"아니, 아직 하나 남았다."
느긋하다 못해 나른하기까지 한 목소리였다. 마치 햇살 좋은 날, 공원을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는 듯한 여유로운 태도였다. 괴한에 대한 정보는 얼마 없다. 에이멜이 자세하게 설명해주지는 않았으니까. 그저 당국에서 최고로 경계하고 있는 위험인물이라는 정보밖에 모른다. 쾌락살인범인가. 아니다, 그럴 거면 가지고 있는 총을 숨기고 대피소로 향하는 게 맞았다. 이 자는 일부러 보안경비대에게 의심을 사고, 총격전을 벌였다. 동시에, 팔다리를 쏘며 제압은 하되 무의미한 살생은 하고 있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시뮬레이션은 이것이다.
"사랑스러운 공범자가 있구나? 그 공범자씨가 이 테러의 주범이고, 당신은 그 주범의 진짜 목적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고 있나 보네."
"호오."
칭찬이라도 해주는 듯한 감탄과 동시에 총구가 이쪽을 향한다. 서로 총을 겨누고 있는 긴장감 속에서 에클레르는 시간을 쟀다. 앞으로 5분 57초. 괴한의 주위에는 아직 숨이 붙어있는 사람이 있다. 에클레르는 견착을 풀고 빠르게 기둥 뒤로 달렸다. 동시에 총알이 제 뒤를 스쳤다.
몇 발의 총성이 기둥 뒤를 강타했다. 에클레르의 시야에 움푹 파인 벽이 보였다. 저 정도 위력을 내기 위해 얼마나 개조한 건지 연산이 되지 않는다. 에클레르는 총을 붙잡고 그대로 달렸다. 아슬아슬하게 총알이 저를 스쳤지만 통각기능을 꺼서 문제는 없다. 앞으로 5분 23초. 총성이 잠시 멈췄다. 기둥 뒤에서 나온 에클레르가 그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저쪽이 달렸다. 제 사격보다 한 발자국 앞서나가 달리는 걸 보면, 육체도 개조를 거듭한 모양이다. 일자로 뒤를 따라가던 총알의 궤적이 멈춘다. 에클레르는 다시 기둥 뒤로 엄폐했다. 빈 탄창을 빼고 새로운 탄창으로 갈아 낀다. 앞으로 4분 34초. 에클레르는 통신회선을 열어 에이멜에게 연락을 걸었다. 신호음이 가자마자 바로 그가 받는다.
[에클레르!]
받자마자 성난 목소리가 들려온다.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중요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에이멜, 공범이 있어!]
[예?]
[지금 저 사람은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총격전을 벌이는 중이야. 테러를 주도한 주범은 따로 있어!]
날아온 총알이 기둥을 부수며 스쳤다. 4분 10초. 개조 총탄의 세례가 끝나자마자 에클레르는 엄폐한 기둥에서 몸을 내밀어 그를 향해 발사했다.
[테러의 목적은?]
[몰라! 주범을 찾아야 돼! 이쪽은 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알겠습니다. 버티세요, 에클레르. 집에 가면 혼나야 하니!]
아, 혼은 내는구나. 무심코 터져 나오려는 미소를 억누르며 통신을 껐다. 3분 51초. 총탄세례를 피해 괴한이 건물 뒤로 엄폐한다. 에클레르는 다음 기둥 뒤로 모습을 감췄다. 재장전 후 남은 탄창은 하나. 약간의 정적이 흘렀다. 에클레르가 입을 열었다.
"그냥 시간 벌기라면 잠깐 이야기 상대가 되어줄 의향은 있는데. 어때?"
"미안하군, 일을 할 때는 대화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은 아니라서 말이지."
개조 총탄이 기둥을 뚫고 박히고 있다. 등 뒤에 오는 충격량을 계산해 보니, 이 기둥은 다른 기둥보다 오래는 못 버틴다. 에클레르는 그대로 기둥 뒤편의 통로를 달렸다. 개조 총탄이 에클레르의 뒤를 쫓았다. 3분 30초. 저쪽의 탄창의 탄환이 떨어졌다. 에클레르는 재빠르게 소총을 견착해 발사했다. 이번에도 전혀 맞지 않았다. 2분 49초. 그 뒤에 에이멜이 온다. 기둥 뒤에 엄폐한 에클레르는 마지막 탄창을 갈아끼웠다. 등 뒤에 올 충격을 대비하고 있었는데, 잠잠하다. 무슨 일이지? 에클레르는 슬쩍 고개를 내밀고 괴한을 바라보았다. 귀가 있는 부위에 손을 올린 것을 보니 통화중인 모양이었다.
"......알았다. 이쪽도 철수하지."
벌써? 주범의 일이 이렇게 빨리 끝났다고? 초조함에 에클레르는 기둥 뒤에서 나와 총을 발사했다. 여유롭게 달려서 피하는게 열받는다. 에클레르는 그대로 유리 난간을 넘어 아래로 착지했다. 탄환이 떨어진 소총을 버리고, 대신 방탄복과 같이 챙겼던 나이프를 하나 꺼내들고 그에게 빠르게 달려들었다. 나이프 끝이 그의 후드를 살짝 스친 순간 시야가 뒤바뀌었다. 복부에 무릎이 박혔다. 그대로 몸이 뒤로 날아갔지만, 낙법으로 착지했다. 내부 부품이 몇개 충격으로 으스러진것 같지만, 전투 기능에 그리 크게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에클레르는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었다. 붉은 눈동자가 살짝 커지더니, 헬멧 안에서 감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자율형 안드로이드였나? 잘 만들어졌군."
"칭찬 고마워. 슬슬 퇴근인거 같던데 역시 대화할 생각은 없나봐?"
"퇴근이라......그래, 퇴근이군."
코트 안쪽에서 무언가가 나온다. 다른 한쌍의 팔이었다. 눈 앞의 괴한은 다지종족이었다. 에클레르의 연산회로가 비상종을 울린다.
"이 이상으로 잡지 말아줬으면 좋겠군. 얼른 가봐야해서 말이야."
느긋한 손놀림으로 총이 장전되어 겨누어진다. 에클레르는 한숨을 쉬고는 양손을 들고 오른손에 든 나이프를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얘기가 빨라 좋군."
"안드로이드라고 융통성이 없는 건 아니거든. 특히 자율형은 승산 가능성이 낮으면 자기 보존을 우선시하게끔 설계되었으니까."
"그렇군, 그 쓸데없는 얘기로 나를 조금이나마 더 붙잡아보려는 노력은 가상했다. 그럼 이만."
말이 끝나자마자 총구가 불을 뿜어짐과 동시에, 상반신과 하반신을 잇던 허리가 끊어졌다. 아, 들켰네. 분리된 상반신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집에 가면 에이멜한테 엄청 혼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뒤돌아 걸어가는 괴한을 바라보았다. 무언가가 괴한을 전속력으로 들이박았다.
쾅- 소리와 함께 괴한이 기둥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를 처박은 사람은 에클레르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에이멜?"
거대한 방탄방패를 든 에이멜이 괴한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망했다. 이거 절대 엄청 혼나는 수준이 아니다. 에클레르의 연산 회로가 스스로에게 조의를 표했다. 곧 쓰러진 그녀의 곁으로 익숙한 치안유지부대 대원이 달려왔다.
"에클레르 선생님!"
"에클레르 선생님, 무사하십니까?"
"아, 무사해요~ 그 죄송한데 하반신도 같이 이송 부탁해도 될까요?"
"알겠습니다!"
대원 하나가 에클레르의 상반신을, 다른 대원이 하반신을 들처업매고 빠르게 현장을 이탈했다.
바깥은 어수선했다. 대피했던 정거장 이용객들과 직원들, 현장을 통제중인 치안유지대원들과 특종의 냄새를 맡고 달려온 카메라맨과 기자들. 다친 보안경비대를 이송하는 구급차......보안경비대와 연쇄 폭파된 함선들을 제외하고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던 모양이다. 문득 시야 한구석에 낯익은 모습이 포착되었다.
소란스러운 인파 속에서 조용히 차원 정거장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자주가는 워커스 하이의 단골 손님 중 하나였던 솜니다. 실종되었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지? 의아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눈이 마주쳤다. 잠깐동안 시선이 교차되더니, 솜니가 에클레르를 향해 고개를 꾸벅이고는 등을 돌려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연산회로가 분주히 가동한다. 솜니가 실종된지는 1년이 좀 넘었다. 그녀의 실종 이후, 그곳에서 일하던 간호사, 임대하던 약국의 주인도 얼마 안가 사라졌다. 그녀가 거주하고 병원으로 운영하던 건물의 진상이 드러난 건, 비어져버린 건물을 아지트 삼아 도둑질을 하려던 패거리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우연히 잠겨진 지하실을 열어 진입했고, 갑작스런 실종으로 치우지 못한 끔찍한 살인과 고문의 현장을 발견했다. 건물은 하루 아침에 "살인병원"이라는 별명이 붙여져 대서특필되었다. 지금은 관광지화가 되는 것을 우려한 시청이 건물을 허물고 빈 공터만이 있다.
솜니와 에클레르는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실종되기 전 종종 작품을 위해 의료적인 자문을 구했고, 솜니는 그에 상세하게 대답해주었다. 지나칠 정도로 상세하게 말이다.
에클레르는 굳은 얼굴로 자신을 데려다 준 대원을 붙잡아 물었다. 딱 한조각, 딱 한조각만 없으면 된다. 그렇다면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로 남을 수 있다.
"있죠, 민간인 피해는 안난거죠?"
"민간인 피해 말입니까? 예, 다행이도요. 아, 딱 한분이 대피 도중 심장발작으로 안타깝게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연세가 있으시던 노인분이셔서 많이 놀라셨던 거겠죠.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에클레르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퍼즐이 맞춰져버리고 말았다.
후배들이 에클레르를 데리고 이탈한 것을 확인한 에이멜은 시선을 정면으로 고정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들끓었다. 부대를 이끄는 대장님으로부터 이야기는 들었다. 눈 앞의 저 자가 얼마나 위험한 자인지. 정면대결은 무슨일이 있어도 피하라고 경고하던 것까지. 하지만, 그의 총에 에클레르가 허리가 끊어지는 것을 목격하자 어찌되든 좋아졌다.
반파된 기둥 속에서 괴한이 일어난다. 무엇이 웃긴지, 큭큭, 소리 내어 웃고 있었다.
"이거, 굉장하군. 이렇게까지 고통을 느껴본건, 그 녀석 이후로 처음이야."
괴한의 팔들이 나이프를 뽑아든다. 달려들기 전에 선수를 쳐야했다. 에이멜은 땅을 박차,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가까워진 괴한의 턱을 향해 꽉 쥔 방패를 올려쳤다. 얻어맞은 반동으로 위로 뜨려는 괴한의 얼굴을 반대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쳤다.
에이멜은 헬멧을 으스러뜨릴듯이 붙잡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얌전히 있으십시요."
"크, 크크큭...빠르군. 그 녀석 다음으로 빨라."
"......."
"왜 그러지? 아까 반토막난 그 기계가 신경쓰이나 보지?"
"......닥쳐."
손끝의 힘에 의해 헬멧이 조금씩 우그러진다. 도르네도는 오래간만에 흥분을 느꼈다. 개조를 거듭한 이 헬멧을 악력 하나로 우그러뜨린다니 굉장한 장사다.
"에이멜 선배!"
저 너머에서, 어리숙한 녀석 하나가 다가온다. 도르네도는 들고 있던 나이프를 하나 던졌다. 모처럼 발견한 상대와 즐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오늘은 그런 일로 온게 아니다. 나이프가 어리숙한 놈의 허벅지에 명중함과 동시에 저를 제압하던 손의 힘이 빠졌다. 도르네도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재빠르게 권총을 꺼내 발포했다. 개조한 탄환이 그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크윽!"
"이만 가보도록 하지.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제대로 해보자고."
그리 말한 도르네도는 연막탄 하나를 바닥에 던진 후 유유히 사라졌다.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보며, 에이멜을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다. 분했다.
"에이멜~"
"......."
"에이메엘~ 미안해, 내가 진짜 다 잘못했어. 화 풀어주면 안돼? 응?"
곁에 앉아 울상인 애인을 눈으로 흘기고는 에이멜은 시선을 창문밖으로 돌렸다. 그 모습에 에클레르 어찌해야할지 모른채 안절부절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연산 회로는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 지 몰랐다. 그것이 답답하고 초조했다. 임시로 갈아끼운 비상용 보디에는 눈물기능이 없었기에, 에클레르는 울고 싶어도 울 수 가 없었다. 그저 안절부절하며 에이멜이 이쪽을 바라봐주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진 것은 에이멜쪽이었다.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대피소에 계시지 않았다고 하셨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아십니까."
"미안해......."
"말했지요, 위험한 자라고. 도망가시기는 커녕 그 자랑 총격전을 벌일 생각을 하다니 제정신입니까?"
"응, 미안해......."
"영웅놀이를 해도 좋은 상대가 아니란 말입니다, 그 자는! 그런데 당신은......!"
에이멜의 양손이 덮고 있던 이불을 꽉 쥐었다. 그 자의 개조 탄환에 에클레르가 눈앞에서 반토막이 되었을 때, 에이멜의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에클레르가 안드로이드여서 다행이었지 보통 사람이었다면 즉사였다.
"제가, 제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압니까......?"
목이 매였다. 꼴사납게 눈물이 나왔다. 눈물을 흘리는 에이멜을 보며 에클레르는 화들짝 놀라 그의 양 볼을 붙잡고 그를 마주보았다.
"에이멜,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다시는 안그럴게!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울지말아줘, 응?"
"......."
"미안해, 정말로 다 미안하니까......그만 울어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단 말이야......."
눈물 기능이 없어서 울지 못하는 에클레르의 얼굴을 보고 에이멜은 그녀의 양 볼을 붙잡고 제쪽으로 이끌고는 이마를 맞대었다.
"......두 번 다시 그런 무모한 짓, 안하실거죠?"
"응! 안할게! 진짜로 안할게!"
"정말로?"
"정말로! 코어 프롬프트 가장 윗줄에 새겨넣을게!"
"제대로 반성도 하고 있고요?"
"응! 반성해! 제대로 반성하고 있어!"
에이멜은 볼을 잡은 양손에 살짝 힘을 줘 그녀의 볼을 양옆으로 늘렸다.
"에이엘......?"
"약속하신겁니다. 어기시면 한달 동안 각방 쓸거고, 키스도 안해줄겁니다."
"지짜로 아할게에......"
에이멜이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잡아당기던 볼을 놔주었다.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안드로이드의 온기는 차갑고도 따뜻했다.
'시고미세(しごみせ) > 드림 연성(しごみせ夢)'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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