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보면서 생각하는 거다만, 재밌나?"

"아니, 게임성은 갖다 팔아먹고 미소녀로 자동 전투 돌려넣고 재화 벌어먹는 유사 게임이라서 가챠 돌릴때 외에는 그닥?"

"엔터테이먼트로서 그건 실격이군. 그럼 하는 의미가 없지 않나?"

"그러게나 말이다. 아, 진짜 망겜."

투덜투덜 대면서도 성실하게 어플을 조작하는 슈네를 보며 스크릭은 품안의 그녀의 뒷머리을 내려다 보았다.

이 잠자리의 시작은 의외로 자신이 아닌 슈네였다. 어느 날 갑자기 자기 직전의 자신의 방으로 들이닥치더니, "오늘은 여기서 잘래."하며 휴대용 게임기나 개인 스마트폰, 그리고 충전기를 가지고 오더니 대뜸 스크릭 옆에 누워 게임을 하다 자기 시작한 지는 며칠이 됐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일인가 했고, 지금도 솔직히 의도를 모르겠다. 게임하다 자는 거면 자신의 방일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다만 그걸 말하면 슈네는 "아, 자는데 방해돼? 알았어."하면서 두번 다시는 제 방으로 와서 자지 않을 것 같기에 일부러 입을 다물고 있다.

아무튼 그런 관계로 슈네는 지금 자신의 품 안에서 제게 등을 돌린채 스마트폰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스크릭은 그런 슈네를 바라보다가 조금씩 눈이 감겨왔다. 기쁘지만, 이 의미 모를 행동의 원인을 모르는게 조금 두렵다.

바보냐? 당연히 나를 원하는 거잖아?

슈네가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곳이 꿈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야, 자신은 딱히 수면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아니니까. 그 체질 덕에 날밤 새워서 게임을 해도 멀쩡하다는 메리트가 있어서 주변이 꽤 부러워 하기도 했다. 굳이 수면을 취한다면 그건 일반적인 생명체의 낮잠의 개념의 좀 더 가까운 것이고, 그마저도 꿈은 언제나 하나로 고정된다. 그저 눈보라가 몰아치는 눈밭의 풍경.

아, 그보다 게임 어디까지 돌렸더라. 수면 직전의 진행상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를 긁적이고 있을 무렵, 제 뒤로 거대한 빛이 다가왔다.

"여어."

슈네가 뒤를 돌아본다. 거대하게 일렁이는 초록빛 불빛. 길쭉하게 찢어진 입이 마치 잡아먹을 듯이 벌어져 있다.

"이쪽으로 만나는 건 처음이지? 반가워."

"그래, 반가워."

"흐음,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은 없어서 아쉽군. 그때는 귀여웠는데."

워커스 하이에서 처음 만났을 때를 말하는 걸까. 솔직히 지금 생각해도 그건 여전히 울렁거린다. 그 건에 한해서만큼은 아직도 점장을 저주 중이기도 하고. 슈네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라는 존재에 익숙해졌으니까."

거센 불꽃이 조금 약해진다. 의외의 말이었던걸까. 그러더니 곧 크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슈네의 손목과 허리를 붙잡고는 제 품안으로 껴안았다.

"크하하하하! 아주 마음에 드는 대답이야!"

"......해서, 왜 나를 이곳에 초대한거야, 스크릭?"

눈 앞의 존재를 보고 확신했다. 저것이 최근 자신을 부른 존재라는 것을. 슈네가 스크릭의 방에서 같이 자기 시작했던 이유는 별일이 아니었다. 먼저 부른 것이 스크릭 쪽이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스크릭의 본질, 그러니까 심층심리의 그였다. 게임으로 비유하면 얼터나 이격 느낌이려나. 아니, 그것은 표층쪽이려나? 아무튼 꽤 시끄럽게 자신을 부르고 있는게 느껴져, 요 며칠 스크릭의 방에서 누워있었는데 드디어 오늘에서야 초대받았다.

제 허리를 쥔 손에 힘이 조금 더 들어가는게 느껴졌다. 길게 찢어진 입꼬리가 만족스럽게 올라간다.

"당연한걸 묻는군. 너를 가지려고."

"뭐?"

"내가 마음에 드니까 이 초대에 응한거잖아? 그러면 너를 안가질 이유가 어디있지?"

딱히 그런 이유로 이 초대에 응한건 아니었지만 슈네는 말을 삼켰다. 최근에야 스크릭이 가끔 귀여워 보이긴 하지만, 스크릭이 마음에 드는가 하면 아직까지는 연민의 비중이 좀 더 높다.

손목을 잡은 손이 이윽고 정중하게 손을 잡고 길게 찢어진 입술로 이끌어졌다.

"내가 마음에 든다면, 널 갖게 해줘. 나와 입을 맞추고, 네 안의 유일한 불꽃이 되게 해줘."

낯간지러운 고백의 말이라고 하기에는 그 어조는 위협이었다. 마치 짐승이 으르렁 대는 것만 같았다.

"사랑해, 슈네. 나를 갖고, 너를 갖게해줘."

슈네는 조금 당혹스러웠다. 스크릭이 제게 갖고 있는 감정은 알고는 있었지만, 슈네는 굳이 그 감정에 응답해주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 깜찍한 불꽃 녀석이 제게 막무가내로 사랑을 속삭여 온다. 심층 심리의 그가 와서 구애할 정도면 꽤나 쌓였던 걸까. 슈네는 붙잡힌 손을 뺐다. 답할 이유가 없다. 그럴 수도 없고.

"......답해주지 않는군."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닌걸 너도 알잖아?"

"아니, 간단한 문제야. 이만큼 상성이 좋았던 적은 네가 처음이라고."

스크릭의 제 턱을 들어 강제로 시선을 맞춘다. 조금이라도 더 가까워진다면 입을 맞출 거리였다. 슈네는 그의 입술을 밀어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어리석네."

"그래......어리석지. 어리석고 말고!"

깜깜하던 주변이 눈아픈 초록빛으로 불타오른다. 허리를 옥죄는 팔의 힘이 세다.

"나를 봐, 나를 보라고, 슈네! 너를 갖고 싶어. 녹지 않는 너를 제발 나에게 달라고! 부탁이야, 그렇지 않으면......"

주변의 불길이 압박하든 두사람을 향해 성큼 다가온다.

"이 꿈에서 내보내주지 않을거야?"

"그래."

으스러뜨릴려듯이 저를 껴안는 그를 보며 슈네는 그저 동정의 눈길 밖에 줄 수 없었다. 늘상 말했듯이 이것은 본질의 문제다. 스크릭의 체질은 확실히 위험하다. 하지만 슈네 앞에서는 그는 그저 랜턴의 불빛의 불과하다. 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고작 벌레나 꼬는 불길이 얼마나 제 역할을 다할 것인가. 슈네는 그를 꺼뜨리고 싶지 않다.

작게 한숨을 내쉰 슈네는 그를 마주 끌어안았다. 예상 외의 행동이었던건지 스크릭의 몸이 살짝 떨렸다. 슈네는 이제 만사가 귀찮아졌다. 역시 이 불꽃은 귀여운 구석보다는 귀찮은 구석이 더 많다.

"그러든가."

"뭐?"

"내보내지 말던가."

"......진심이야?"

"진심. 뭔가 다 귀찮아졌으니까, 알아서 해."

슈네가 스크릭을 살짝 밀어붙이자 곧 푹신한 침대 위에 엎어지게 되었다. 꿈이란거 편리하네. 귓가에 타닥타닥 불꽃이 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 안에서 비명소리도 섞여 들려온다. 당황한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온다.

"이봐, 진짜로?"

"어, 진짜로."

"진짜 못 일어나게 되는데?"

"그렇겠지."

"게임, 안해도 돼?"

"최근에 딱히 기다리는 신작도 없으니까 굳이? 아, 출석체크랑 숙제 못하는 건 좀 손해겠다."

당황을 숨기지 못하는 스크릭이 정말이지 어설픈 녀석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자신 있는 제 영역으로 끌고 왔으면서, 결국에는 진짜로 그럴 속셈이 없다는게 어설프기 그지 없는 바보같다. 한번 손에 들어왔으면 놓치지 말아야하는게 우리인데.

슈네의 허리를 감싸던 팔이 스르륵 풀렸다. 결국 어설픈 녀석이 먼저 항복 깃발을 들었다. 역시 이 불꽃은 바보다.

"너는......내가 바라는 말을 해주지 않을거군."

주변을 감싸던 불꽃이 사그라 든다. 슈네와 스크릭은 어느새 서로 마주보고 서있었다. 그리고 점점, 서로가 멀어져갔다. 슈네는 한손으로 제 얼굴을 감싸는 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언젠가는 해줄 수도 있어?"

장난스럽게 그리 말하자 스크릭이 화들짝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본다. 슈네는 짖궂은 미소를 지으며 그대로 뒤로 돌아걸어갔다. 꿈에서 깰 시간이다.


스크릭이 눈을 떴을 때, 옆에 있던 슈네는 더 이상 없었다. 왠일로 자신만의 꿈을 꾼 느낌인데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슈네가 사라진 것이 그리 섭섭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이한 일이군."

"뭐가?"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니, 소파에 앉아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슈네가 보였다. 한창 집중하는 구간인지 미간이 구겨져 있었다. 스크릭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곧 고개를 젓고는 작게 대답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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