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과 동명의 작업곡. 글은 가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 각 드림주의 해석 부족으로 인한 캐붕 주의!
- 개인적인 시고미세 세계관에 대한 배경 해석이 있습니다. 해당 내용은 이쪽 참조(트위터/블루스카이)
- 이런저런 관계 날조가 이루어진 수수께끼의 세계선입니다.
- 등장 드림주 목록
- 데카 - 도서광님(@punchpunchflame)
- 아담 - Niz님(@Nizaua_g)
- 미젤(ED1) - 두두님(@dudu556520)
- 네리아나 - Qxoo님(@Untitl3d_Qxoo)
- 베타(ED1) - 기상님(@gisang10tk)
- 에코 - abcd님(@ABCD_abicade)
- 페스티스 - J5님(@J5_games)
- 세르크 - 니니님(@nini_sgmsP)
전쟁이 끝나고 평화를 이륙했다지만, 도시의 기반은 아직 불안했다. 새롭게 탄생한 도시의 그늘 속에 범죄자들이 각자의 목적과 욕망을 갖고 몰려 외곽으로 갈 수록 치안은 불안정해졌다. 그 중에는 전쟁의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큰 고층 빌딩 하나가 폭발하는 테러가 벌어진다하더라도 딱히 이상하지는 않았다.
테러가 벌어지면 너나 할것 없이 바빠지지만, 가장 비상인 사람들은 테러범을 진압해야하는 의무가 있는 치안유지부대이고, 다른 하나는 테러범으로 인해 다친 사람들을 치료하는 의료인들이었다. 데카는 끝없이 이송되어오는 환자들의 파도 속에서, 응급처치의 손놀림을 멈추지 않으며, 목이 터져라 외쳤다.
"지원 요청은 어찌됐습니까!"
"에코 선생님이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신다고 합니다!"
"현장 구급대원분들에게 경상으로 판단되는 환자는 페스티스 선생님 병원쪽으로 이송지시 내리세요! 저희쪽은 중상자가 많아 경상자까지 수용이 불가능합니다! 그리고 상태가 안정된 환자는 네리아나 선생님의 정원으로 바로 이송합니다!"
"저, 원장님......!"
데카가 사납게 고개를 돌렸다. 신입 간호사 하나가 그 시선에 움찔하다가 곧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
"그, 지원 오신 선생님이 오셨는데, 그게......"
우물쭈물하는 간호사의 태도가 데카를 더욱 사납게 만들었다. 평소라면 그 성질과 표정을 죽였을 테지만, 긴급상황에서 잔뜩 예민해져 있는 데카에게 그런 배려는 불가능했다. 곧, 간호사의 뒤로 누군가가 하나 나왔다. 주홍색 스웨터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포피의 외과병원에서 온 솜니핀 파파베르입니다. 지원 요청을 받고 왔습니다. 신체 개조 이력이 있는 중상자분들은 어디죠?"
하필 파견을 와도 제일 찜찜한 상대가 가장 먼저 왔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는 속담을 미젤은 딱히 속담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면 그의 종족은 진짜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내리 꽂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 속담이 무슨 심정으로 만들어졌는지 정도는 깨달았다. 모처럼의 휴일이고 동시에 주말이었다. 친하게 지내는 동종업계 종사자인 베타와 휴일이 겹쳐 모처럼 만나 쇼핑을 하고 카페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몇 블록 앞의 고층 건물이 화려하게 폭발했다. 폭발이야 이 도시에서 흔한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드문일도 아니긴 했다. 하지만 이곳은 시내 중심부였다. 심상치 않음을 느낀 두 사람은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고 의사면허를 보여주며 구급대원들의 응급처치를 도왔다.
처음에는 마침 근처에 있다가 운나쁘게 휘말린 경상자들의 응급처치가 주였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부에서 빠져나오고 구조해오는 사람들이 많을 수록 상태가 심각해져갔다. 단순히 폭발로 인한 화상을 입은 것이 아닌, 총상을 입은 환자들이 건물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두번째 총상환자 나온 순간 미젤은 베타의 조수로 포지션을 바꿨다. 단순 경상자라면 둘이 나눠서 봐도 상관없지만, 중상자의 경우 환자 상태와 실행한 응급처치를 구급대원들에게 빠르게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베타의 말을 누군가가 전달해줘야했다. 무엇보다, 베타는 의무병 출신이었다. 실제로 총상을 어떻게 다뤄야할지는 미젤보다는 그녀가 더 잘 알았다.
지혈을 하던 베타는 입술을 짓씹었다. 과거 의무병으로 근무했던 그녀는 환자들의 상태를 보며 깨달았다. 교묘하게 급소를 피한거나 스친 총알은 과다출혈을 통한 실혈사를 의도하고 있었다. 건물을 폭발시킨 범인들은 단순한 테러범이 아니었다. 좀 더 악의적인 것들이였다.
"......베타, 베타!"
상념에 잠길뻔한 베타를 일깨운건 같이 환자를 보던 미젤이었다. 베타는 분주히 손을 놀리며 입모양으로 그에게 환자의 상태와 실행해야할 처치, 그리고 필요한 도구를 말해주었다. 베타의 입모양을 읽은 미젤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나 필요한 도구를 갖고 오기 위해 구급차쪽으로 뛰어갔다.
베타는 흘깃 불타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주말이고, 백화점이 입점한 건물이었다. 얼마나 사람들이 다쳤을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구급상자를 들고 뛰어오는 미젤이 보인다. 베타는 다시금 환자에게 집중했다.
아담은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속보와 함께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 데카였다.
"여보세요? 데카씨?"
[아담! 뉴스 보셨습니까?]
목소리 너머로 분주한 소리가 들린다. 스피커폰인 모양이었다.
"테러가 일어난거죠? 병원은 괜찮으신가요? 지원을......."
[저희쪽은 괜찮습니다. 저희 병원쪽으로 중상자가 몰려서 상대적으로 경상자들은 페스티스 선생님의 병원으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쪽으로 지원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알겠어요."
아담은 서둘러 겉옷을 걸쳐입었다. 테러로 인해 교통이 통제되어서인지, 거리에 정지한 차들이 왜 움직이지 않냐며 경적을 울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는 것보다 무거운 껍데기를 이끌고 뛰는게 빨랐다. 그리 판단한 아담은 망설임 없이 페스티스의 병원을 향해 뛰었다.
급작스럽게 벌어진 테러에 고통받는 것은 환자만이 아니었다. 페스티스는 울렁이는 속과 끝없이 들려오는 비명소리를 애써 무시하기 위해 바쁘게 뛰었다. 데카쪽이 중상자 위주로 우선 수용을 해줘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아니었다면...
페스티스는 고개를 흔들었다. 이 이상 생각해서는 안된다. 다음 환자를 향해 뛰어가는데, 낯익은 모습이 병원으로 들어왔다. 아담이었다.
"담?"
"페스티스씨!"
예상치 못한 인물의 등장에 페스티스는 어리둥절하면서도 동시에 안도와 반가움을 느꼈다. 그 무거운 껍데기를 이끌고 뛰어왔는지 이마에 땀이 번들거렸다. 담은 거친 숨을 고르며 불필요한 겉옷을 벗어던진 후, 손을 씻으며 물었다.
"데카씨가 페스티스씨쪽을 지원해달라고 해서 왔어요. 어디서부터 진료를 봐야하죠?"
"입구쪽 환자들을 봐줘요. 이제는 이송이 뜸해졌는데 아직 미처 처치 못한 환자들이 많아요."
페스티스는 분신 하나를 더 소환해 아담의 곁에 붙여주었다. 분신은 의료도구가 얹혀진 카트를 이끌고 담과 함께 입구쪽으로 향했다. 페스티스도 얼른 다음 환자를 향해 뛰어갔다. 머리속은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속은 덜 울렁거렸다.
[환자와 함께 아이들도 많이 이송되었다고 한다.]
"테러가 난 곳이 백화점이라고 들었다네. 모처럼의 휴일이니 가족끼리 놀러온 사람들이 많은 것을 노렸던 거겠지."
세르크는 제 무릎 위에 앉은 솜뭉치를 쓰다듬었다. 네리아나의 정원은 유례없이 사람들로 붐볐다. 누워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쓰러진 보호자를 곁에서 울다 지친 아이들이 풀숲에서 솜뭉치를 껴안고 색색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왜 그런 끔찍한 짓을 벌이는 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동감하네. 전쟁은 진작에 끝났는데, 아직도 그 망집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들이 많군."
세르크의 고개가 옆으로 살짝 기울었다.
[전쟁 후 PTSD를 앓는 사람들 때문에 벌어진 일이냐고 묻는다.]
순수한 별의 질문에, 네리아나는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렇게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아닐거라네. 그보다는, 좀 더......"
굳이 분류해보자면 눈 앞의 별이 반응할법한 것이다. 간절한 망상이라고 칭하는 것이 좋을까. 네리아나는 말 없이 무릎 위의 이모티오를 쓰다듬었다.
[대답을 해달라고 조른다.]
"후후, 아직 그대에게는 조금 어려운 개념일 것일세."
[나는 애가 아니라고 한다.]
"호오, 그렇다면 그 화려한 팔찌는 어쩌다가 샀다고 했지?"
세르크가 손목을 감추며 시선을 피했다. 며칠 전 불우한 아이들에게 기부가 된다고 하며 큰 돈을 주고 산 것이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은 페스티스가 '언니 그거 사기에요! 심지어 이거 보석도 아니라 색유리잖아요!'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아마 지금도 사기였던 것을 몰랐었겠지.
[......그거랑 이거는 상관이 없다고 반박한다.]
"상관있다네."
네리아나는 이모티오를 쓰다듬으며 차갑게 식어버린 홍차를 입에 머금었다. 오늘은 밤이 길것 같다.
"하아......"
마지막 환자의 처치를 마무리 하고 나오니, 이미 날짜가 넘어갔었다. 옷을 갈아입자마자 데카는 병원 로비 벤치에 앉아 고개를 푹 숙였다. 이렇게 한계까지 무리해본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고생하셨어요, 데카 선배."
고개를 드니 눈 앞에 싸구려 커피 캔이 내밀어졌다. 데카는 미소와 함께 커피 캔을 받아들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지원 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코."
처치가 까다로운 식물계나 금속계 종족 환자는 대부분 에코가 담당해주었다. 거기에 마지막 이송환자와 함께 구급차를 타고 와준 베타와 미젤도 합류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나중에 그 두사람에게도 감사를 전해야겠다. 데카는 커피캔을 따서 그대로 한번에 입 안으로 털어넣었다. 싸구려 커피와 설탕, 프림의 맛이 입 안에 텁텁하게 남았다.
"신체 개조 이력이 있는 중상자분을 전문으로 담당하시는 분이 계셔서 저야말로 다행이었어요. 솜니핀 선생님이라고 하셨던가요?"
"아......."
"? 선배?"
데카는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아무래도 에코는 그 소문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데카는 허리를 펴 주위를 잠깐 둘러본 후, 에코에게 허리를 숙여 가까이 와보라는 손짓을 했다.
"그, 에코, 솜니핀씨와는 그리 엮이지 않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왜요?"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에코는 저도 모르게 작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소문입니다만, 솜니핀 선생님의 실력이 좋은데에는 좋지 못한 이유가 하더군요."
"좋지 못한 이유?"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은 못드리지만......아무튼 엮이지 않는 걸 추천드립니다."
에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제가 아는 데카 선배는 확실하지 못한 소문으로 사람을 파악하거나 단정짓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확실하지 못한 소문을 언급하며 엮이지 말라니. 대체 무슨 소문이 있길래 저런 걸까. 에코는 허리를 피며 데카를 내려다 보았다. 말을 한 본인도 무언가 더 말하고 싶지만 차마 말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데카 원장님?"
"아, 예."
이름이 불린 데카가 고개를 돌리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코도 뒤를 돌아보았다. 이야기 대상인 솜니핀이 그곳에 서있었다.
"상황이 일단 마무리 된 것 같아 먼저 들어가볼까 합니다. 신경써서 특수한 처치를 해야하는 환자분에 대한 대처 방법은 이 병원의 다른 의사와 간호사분들에게도 공유해드리긴 했는데, 나중에 메일로 다시한번 공유드려도 될까요?"
"예,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지원요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솜니핀 선생님. 고생많으셨습니다."
"아니요. 원장님이야 말로 고생많으셨습니다."
솜니는 빙긋 웃어보이며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그대로 뒤로 돌아 병원을 나섰다. 멀어져가는 솜니핀의 뒷모습을 보며, 에코는 팔꿈치로 데카의 옆구리를 찔렀다.
"평범하게 좋은 사람 같아 보이는 데, 왜 그런 뒷담화를 해요?"
"그런게 있습니다, 후배님."
데카는 흘러내린 안경을 밀어올리며 문밖으로 사라진 솜니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솜니핀의 실력에 대한 신용은 있다. 다만 신뢰는 없다. 신체 개조와 관련된 외과의로서는 솜니핀의 실력은 우수하지만, 너무 우수했다. 그것이 솜니핀의 병원에 대한 소문과 합쳐지니 껄끄러웠다. 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내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전체 회진을 한번 돌아봐야겠다.
"데카 원장님, 저희도 들어가보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데카 원장님.]
"아아, 베타씨와 미젤씨! 두분 다 고생......어디서 난건가요, 그 옷들은."
새하얀 병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화려한 패션의 남녀의 서있었다. 머리 뒤의 조명이 두 사람의 얼굴을 더욱 빛내고 있어서, 데카는 순간 여기가 패션쇼장인지 자신의 병원인지 헷갈렸다.
[저희 실은 쇼핑하고 카페에서 수다떨고 있다가 테러가 일어나서 현장으로 간거거든요.]
"아무래도 피범벅인 옷상태로 이시간에 돌아가면 순찰중인 치안유지부대에게 잡힐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갈아입은겁니다."
"그렇, 군요......"
"그럼, 먼저 들어가보겠습니다. 원장님."
[고생많으셨어요~]
"예, 두분다 고생많으셨습니다. 푹 쉬세요."
"푹 쉬세요, 베타씨, 미젤씨."
화려한 두 의사가 문을 나서는 것을 보고, 데카는 에코를 보며 물었다.
"늦었지만, 워커스 하이에서 식사라도 같이 하시겠습니까?"
"좋아요, 선배가 쏘는거죠?"
"그러도록 하죠."
데카와 에코는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거리를 걸었다. 새벽임에도 여전히 저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울렸다. 익숙한 길을 따르자, 단골 가게가 보였다. 데카와 에코는 가게의 문을 열었다.
"아."
서로 다른 목소리가 같은 말을 내뱉는다. 먼저 자리를 떠났던 솜니핀에, 베타와 미젤이 있었고, 그 안쪽으로는 마찬가지로 뒤늦은 식사를 하러 온 페스티스와 아담, 세르크와 네리아나까지 있었다.
"오, 뭐야? 다들 고생한 뒷풀이는 우리 가게에서 하기로 했어?"
주방에서 점장이 몸을 빼꼼 내밀며 물었다. 상황을 보아하니 자신들이 마지막 손님인 모양이었다. 데카와 에코는 빈 자리에 마주 앉고는 그대로 늘어졌다.
무정할 정도로 변함없는 붉은 달이 도시를 비추고 있었다. 긴 하루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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